처음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것은 14살 때였습니다.
2년 선배들의 100일주를 마시는 자리에서 7명이서 소주 한 짝을 놓고 마시기 시작한 것이 모잘라서 추가 하다가 보니깐 어느새 주위엔 술병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마시고 뒷정리 까지 해주고 나니 내가 술이 좀 쎈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선배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동네에서 선배들 사이에서 술 잘 먹고 잘 노는 후배라는 입소문이 나서, 13년 선배들과도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닙니다. 그때는 그렇게 노는 것이 한없이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마시지 말라는 사람도 없었고, 제 주위에는 술 잘 마시는 사람들이 어느샌가 한두명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술에 친숙한 이유는 아버님도 알코올중독으로 돌아가셔서 아버님이 마시는 술의 양이 제가 봤던 다른 사람들과 비교 해 봐도 엄청났기 때문에 술은 조금 마신다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술을 두시고 들어오실 때면 집안은 풍지 박산이 됐고, 가족들은 언제나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집안을 공포로 몰아가던 아버님도 서서히 술이 잦아지시더니 제 나이 13살 때 술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선배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놀다가 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중학교 때부터 선배들과 어울리며 어른들의 문화를 빨리 접했던 저는 같은 또래의 학우들과 어울리지를 못했고, 어울린다는 명목으로 학우들과 어울려 고등학교 3년 내내 포카만 치러 다니고 그랬습니다.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요, 가방엔 언제나 천원짜리와 백원짜리 그리고 카드만이 있었습니다.
술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항상 술을 마시면 경찰서에서 깨어나곤 했던 전 선배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제가 하지 않은 행동들 까지 제가 다 덮어 쓰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삶의 회의가 느껴졌고, 대학을 포기하고 그때부터 줄창 술만 먹고 삶의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그렇게 보낸 것 같습니다. 이때에도 놀고 있던 3년 선배와 매일 소주 10병 이상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2001년에 개발지구로 인해 집이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때부터는 맘 잡고 회사에 다녀야지 했지만, 그것도 8개월을 넘지 못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관심이 없었기에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은 거의 없었고, 남들에 비해 뒤쳐진 내 모습이 너무나도 처량했기에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회사 밖으로 뛰쳐나가곤 했습니다.
2002년부터 제 기억은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일어나보니 월드컵을 하고 있었고, 또 어느 날 일어나보니 올림픽을 하고 있었습니다.
2004년 겨울에 이런 내 모습이 처량하여 죽을 결심을 하고 그때부터 죽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자살할 용기도 없었고, 술을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러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으로 몸이 허용되는 한 입에서 술을 놓지 않았습니다. 깨어나면 술을 찾고, 술을 마시다 잠이 들고, 또 깨어나면 술을 찾고....
2005년에는 상태가 너무 심각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웠던 전 가족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이를 핑계로 또 술을 마시고, 또 시비를 걸고...
급기야는 어머니가 너랑은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짐을 싸들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이것이 2005년 8월. 술 속에서 허우적 되던 제가 나만 술을 먹고 죽으면 그만이지 가족들에게 무슨 피해가 있겠느냐는 제 생각이 너무나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 가족들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병원에서 원장님께서 처음 해주신 말씀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살고 싶냐고, 살 수 있다고. 과거에 술 먹던 모습에서 180도 변하면 술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병원에서 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감추어 두었던 말하지 못했던 억압, 어렸을 때의 상황들을 털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전담 상담사가 없으면 아무나 붙잡고 힘든 부분을 털어 놓았으며, 이는 상담사, 환우, 간호사 가릴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병원생활을 하다가 퇴원하는 시기가 다가 왔을 때, 밖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병원의 재활 시스템에 들어가서 사회에 적응을 하기 위해 또 다시 3개월이라는 병원생활을 마치고 2006년 3월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참 힘든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눈물로 지새운 적도 많았고, 항상 술 문화에 젖어 살던 제가 밖에 나와서 술 없이 생활을 하려하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다 처음부터 배워야하고,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날이 깜깜하게 느껴졌습니다.
혼자 하려고 했었고, AA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전 1년 넘게 대전에서 수원으로 병원 자조 모임을 참석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삶의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반감을 가졌던 AA에도 나가보게 되었고, 병원 메시지 전달도 조금씩 나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안하고 힘이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변화 되었냐구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하지만 즐겁습니다.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고,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
